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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5,000가구를 사들여 든든전세로 공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뉴스를 보자마자 솔직히 첫 반응은 "이게 맞는 방향인가?" 였습니다. 아는 지인의 동생이 일본 지방에 빈 집을 헐값에 사들이는 이야기를 들은 게 떠올랐고, 그 순간부터 우리 지방 미분양 문제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지 제공 : ChatGPT AI)
일본 지방 빈집 이야기에서 시작된 의문
얼마 전 지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일본에 사는 동생이 지방 대저택을 거의 줍다시피 매입해서 외국인 대상 렌트하우스로 꾸릴 계획이라는 겁니다. 처음엔 "돈 많이 벌었나 보네"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혀 그게 아니었습니다.
일본은 지방으로 갈수록 아키야(空き家), 즉 빈집이 넘쳐난다고 합니다. 여기서 아키야란 소유자가 있음에도 장기간 사람이 살지 않아 방치된 주택을 말하며, 일본 정부가 수십 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회 문제입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출생률 저하, 고령화가 맞물리며 지방 주택이 그야말로 짐 덩어리가 된 것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느낀 건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먼저 겪은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서 이미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는 일이 지금 우리 지방에서도 똑같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서늘했습니다.
악성 미분양 5,000 가구, 숫자 뒤에 있는 현실
LH가 이번에 추진하는 것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4차 매입공고입니다. 3차 공고와 합산해 총 5,000 가구를 사들이는 규모입니다. 매입 대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 지역이며, 11월 말까지 준공 예정인 물량도 포함됩니다(출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가격은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상한 가격을 정합니다. 여기서 감정평가액이란 공인된 감정평가사가 해당 부동산의 시장가치를 산정한 금액을 말하며, 상한 가격은 그 감정가의 90%에 조정률을 추가로 적용해 결정됩니다. 쉽게 말해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사들인다는 뜻입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2025년 6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9,786 가구이며, 이 중 지방이 2만 5,091 가구로 전체의 84.2%를 차지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대구 3,575 가구, 부산 3,292 가구, 경남 3,226 가구, 경북 2,973 가구, 충남 2,372 가구 순입니다.
5,000 가구 매입이 전체 미분양의 20%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 제가 보기엔 이 숫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오히려 더 잘 보여줍니다. 5,000채를 사줘도 2만 5천 채가 여전히 남는 구조입니다.
- 전국 준공 후 미분양: 2만 9,786가구 (2025년 6월 말 기준)
- 지방 비중: 2만 5,091가구, 전체의 84.2%
- LH 3·4차 합산 매입 목표: 5,000가구
- 매입가 기준: 감정평가액의 90% 이내 + 조정률 적용
- 신청 기간: 2025년 9월 21일까지, LH 청약플러스 홈페이지
전세로 돌린 들, 인구 감소가 멈추나요
매입한 주택은 든든 전세 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든든 전세란 LH가 매입하거나 임차한 주택을 무주택 서민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가로 공급하는 공공임대 방식으로, 입주자 입장에선 비교적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제가 솔직히 이 부분에서 가장 걸리는 게 있습니다. 전세 수요는 과연 충분할까, 하는 겁니다. 지방에 인구가 남아 있어야 전세 수요도 생깁니다. 애초에 분양이 안 된 이유가 그 지역에 살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인데, 나라에서 사들여 전세로 바꾼다고 수요가 갑자기 생겨날 리 없습니다.
공가율(空家率), 즉 전체 주택 중 빈집의 비율이 높아지는 지역일수록 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실이 늘고, 관리가 안 된 아파트 단지는 슬럼화로 이어집니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되고 채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문제는 한 번 굳으면 되돌리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이유
제가 이 정책을 보며 가장 답답한 건 따로 있습니다. 왜 애초에 허가를 내줬느냐는 겁니다. 수도권도 교통 여건이 나쁜 곳은 간신히 미분양을 면하는 수준인데, 수도권 외 지방은 아파트 이전에 시골 단독주택도 남아돌아 빈집이 즐비합니다.
건축 허가를 내줄 때 수요 예측을 제대로 했다면 애당초 이런 공급 과잉은 없었을 겁니다. 건축허가권자, 즉 지자체장이나 허가 담당 행정기관이 공급 가능 물량과 실수요를 따져 허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습니다. 요건이 충족된다고 무조건 허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봐서 아는데, 행정은 사후 수습보다 사전 차단이 언제나 훨씬 쌉니다.
일본의 사례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건 벤치마킹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아키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신규 주택 공급 허가 자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공급을 줄여 빠져나간 수요를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게 훨씬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재정으로 미분양을 사들이고 그걸 또 전세로 굴리는 구조는, 결국 세금으로 잘못된 공급 결정을 사후에 덮는 일입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꼴이라는 생각, 제 경험상 이런 미봉책은 나중에 더 큰 구멍을 만들어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LH가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면 건설사에는 좋은 건가요?
A. 단기적으로는 건설사 입장에서 자금 회수가 가능해 숨통이 트입니다. 하지만 매입가가 감정평가액의 90% 이하로 결정되기 때문에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근본적인 경영 위기를 해소하기보다는 유동성 위기를 잠깐 완화하는 정도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Q. 든든전세 입주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A. 든든전세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며,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가로 공급됩니다. 세부 자격 요건이나 소득 기준은 공급 시점마다 달라질 수 있어 LH 청약플러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이번 매입 물량은 매입 심의를 거친 뒤 공급 일정이 확정될 예정입니다.
Q. 지방 미분양이 계속 늘어나는 근본 이유가 뭔가요?
A.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없는 곳에 공급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출생률 저하와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지방 인구 자체가 줄고 있는데, 허가 단계에서 수요 검증 없이 신규 아파트 공급이 허용된 결과입니다. 일본의 아키야 문제와 구조적으로 같은 경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습니다.
Q. 매도 희망가격이 낮은 주택부터 먼저 매입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LH는 건설사들이 희망하는 매도 가격 비율이 낮은 순서, 즉 더 싸게 팔겠다고 제시한 물건부터 우선 매입합니다. 이는 국가 재정 낭비를 줄이기 위한 장치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건설사가 손실을 더 감수해야 매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 론
LH의 지방 미분양 매입과 든든 전세 전환, 틀린 방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위기에 처한 건설사와 공실 아파트 문제를 방치하는 것도 답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제 경험상, 그리고 일본 사례를 옆에서 보면서 느낀 건 하나입니다. 사후 처방보다 사전 진단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
지방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에 맞춰 신규 공급 허가 기준 자체를 더 엄격하게 조여야 합니다. 그래야 5년, 10년 뒤에 지금보다 더 큰 가래가 필요한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지방 미분양 매입 공고나 든든 전세 관련 정보는 LH 청약플러스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