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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서울 전경을 내려다봤습니다. 한강변 양쪽으로 아파트 숲이 빼곡하게 들어찬 모습을 보며 "이 도시에 아직 숨 쉴 공간이 남아 있기는 한가" 싶었는데, 며칠 뒤 뉴스에서 용산공원 주택 공급 검토 소식을 접하고 그 막막함이 현실이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용산어린이정원에 한정하지 않고 용산공원 300만㎡ 전체를 후보지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면서 서울시·용산구의 반발과 주민 찬반 논란이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개발 속도'의 실체
정부가 이번에 꺼낸 카드는 '최단기 착공 모델'이라는 개념입니다. 지구 지정, 계획 수립, 보상을 순서대로 처리하던 기존 방식 대신 세 가지를 동시에 병행해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서울 염창공원, 남양주, 경기광주 등지에서 먼저 2만 7200 가구를 공개하며 속도를 증명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내비쳤습니다.
일반적으로 '절차 단축'이라고 하면 행정 처리만 빠르게 돌리면 되는 것처럼 여기는 분들도 있는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보상 협의 하나만 해도 토지 소유자와 일일이 협상해야 하고, 광역교통 대책이 늦어지면 입주 뒤에 교통 지옥이 현실이 됩니다. 행정 절차를 병행한다고 해서 그 속에 담긴 물리적 시간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정부는 후보지 발표 전 투기 과열을 막으려고 서울과 인접 권역 503.82㎢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매매할 때 관할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 구역으로, 쉽게 말해 허가 없이는 땅을 사고팔지 못하도록 묶어놓는 제도입니다. 이 조치 자체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해당 구역 주민 입장에서는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기는 부분이라 체감 온도가 다릅니다.
- 착공 시차 단축 목표: 68개월 → 37개월 (지구 지정·계획·보상 병행 추진)
- 신규 택지 선공개 물량: 2만7200가구 (염창공원, 남양주, 경기광주 등)
-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범위: 서울·인접 권역 503.82㎢
- 핵심 병목: 보상 협의, 광역교통 대책, 환경·문화재 절차, 지자체 조율
토양정화, 법 개정, 미군 협의—넘어야 할 세 개의 산
솔직히 이 부분을 처음 들었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용산공원 부지는 수십 년간 미군이 주둔하던 땅입니다. 오랜 군사 시설 운영 과정에서 유류 오염을 비롯한 토양오염이 상당 수준 발생했다는 점은 환경부 조사 자료에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출처: 환경부). 이 오염된 땅 위에 주거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토양 정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단순히 흙 몇 트럭 퍼내는 수준의 작업이 아닙니다.
토양정화란 오염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추기 위해 굴착·세정·미생물 처리 등 다양한 공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으로, 쉽게 말해 오염 범위와 깊이에 따라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작업입니다. 여기에 미군 반환 부지 활용을 위한 미군 측 협의도 거쳐야 하고, 현행 법 체계에서 국가공원으로 지정된 용산공원의 용도를 바꾸려면 별도의 법 개정 절차가 뒤따릅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기에, 이런 류의 '단계가 많은 절차'는 어느 한 단계에서 이해관계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전체가 멈추는 구조입니다. 미군과의 협의가 틀어지거나, 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 일정이 맞지 않거나, 토양 정화 범위가 예상보다 넓게 나오면 그 어떤 '속도전'도 현실에서는 시간 싸움이 됩니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 협의와 여론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검토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출처: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용산구의 반발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그 협의가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사회합의 없이 공급 속도만 높이면 생기는 일
남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첫 번째 인상은 "회색"이었습니다. 예전에 한강변이 보이던 자리에 이제는 아파트 외벽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집이 부족한 건 분명한 사실이고, 그 압박이 정책 속도를 끌어올리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거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의 심장부에 위치한 300만㎡ 규모의 녹지를 주거 용지로 전환하는 것이 답인지, 저는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공원은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건 경험상으로도 맞는 말입니다. 도시에서 한 번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에 다시 공원이 생긴 사례를 저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재건축 소형 단지나 그린벨트 해제 후보에서 탈락한 지역을 먼저 검토하는 방향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청약 시장 상황도 이 논의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공공기관의 특정 임대 상품에 평균 165.5대 1의 경쟁률이 붙고, 서울의 보증금 중심 임대가격지수가 79주 연속 상승을 기록하는 수급 불균형 속에서 '공원에 집을 짓겠다'는 신호 자체가 가격 기대와 수요 이동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급 불균형이란 공급보다 수요가 구조적으로 많아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이 상황에서 정책 시그널 하나가 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 공급 물량보다 클 수 있습니다.
청와대가 국민 의견 수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어떤 부지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속도만 높이면, 결국 완공 이후에도 논란이 끝나지 않는 구조가 됩니다. 사회적 합의란 이해관계자 모두가 100% 만족하는 결론이 아니라,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용산공원에 실제로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나요?
A. 검토 단계이지, 확정된 사안은 아닙니다. 현행법상 용산공원은 국가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주거 용지로 전환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입니다. 여기에 토양정화, 미군 협의, 서울시 반발 등 선결 과제가 산적해 있어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주변 집주인은 어떤 영향을 받나요?
A.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나 주택을 사고팔 때는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에 단기 매매는 어려워지고,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처분에도 절차가 추가됩니다. 이번 지정 범위는 서울·인접 권역 503.82㎢로, 직접 영향을 받는 범위가 넓습니다.
Q. 용산공원 말고 다른 주택 공급 후보지는 없나요?
A. 정부가 이미 발표한 선공개 후보지로는 서울 염창공원, 남양주, 경기광주 등이 있습니다. 또한 저밀도 재건축 대상지나 그린벨트 해제 후보에서 탈락했던 지역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규 택지보다 기존 도심 재생이 인프라 구축 비용이 낮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주민 동의 절차가 변수가 됩니다.
Q. 용산공원 주택 공급이 청년·신혼부부 대상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혜택이 생기나요?
A. 국토교통부는 청년·신혼부부를 주요 공급 대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공급 방식과 물량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보증금 중심 임대가격이 79주 연속 상승하는 상황인 만큼 실수요자의 기대감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토양정화와 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해서 실질적인 혜택이 체감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 론
정부가 의도하는 건 '속도전'이지만, 제가 실제 뉴스와 현장 여건을 들여다본 경험상 체감은 결국 '시간 싸움'이 될 것입니다. 토양정화, 법 개정, 미군 협의라는 세 가지 선결 과제 중 하나라도 막히면 나머지 절차가 줄줄이 지연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서울시·용산구의 반대와 주민 찬반 여론이 공론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주거 공급이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울 도심 한복판 300만㎡의 공원을 회색 아파트 숲으로 채우는 선택이 최선인지는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관과 시장의 회동, 청와대의 여론 수렴 방안 등 이후 움직임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교통 대책과 보상 협의가 구체화되는 속도를 체크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봅니다.
참고: 출처: 머니투데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