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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 마련 현실(내집마련,주택구입,공급정책)

gregre ok 2026. 8. 28. 23:11

목차


     

    저는 29살에 처음 아파트를 샀습니다. 전세 끼고 부모님께 1,800만 원을 빌려 딱 3,800만 원으로 평촌에 2룸을 손에 넣었을 때, 솔직히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결정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 데이터를 보면 그때가 얼마나 운이 좋은 타이밍이었는지 새삼 실감합니다. 2026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 7,100만 원.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꼬박 12년 5개월을 모아야 닿을 수 있는 숫자입니다.

     

    "서울 도심의 빽빽한 아파트 단지와 고층 빌딩 스카이라인 야경, 내집마련과 주택구입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사진"
    < 서울 내집마련의 현실 - 빽빽한 아파트 단지와 도심 스카이라인 >

    (이미지 제공 : 픽사베이)

     

      월급을 통장에 묵혀도 12년, PIR이 말해주는 현실

    제가 처음 집을 살 때는 인터넷에서 부동산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그냥 차 사고 해외여행 다니는 또래들 사이에서 혼자 통장을 묵묵히 채웠습니다. 그 선택이 훗날 종잣돈이 되었고,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과 지금은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PIR)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PIR이란 Price-to-Income Ratio의 약자로,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몇 년 모아야 집 한 채 사느냐"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한국부동산원과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출처: 국회입법조사처), 2026년 서울 기준 PIR은 12.4년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수치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2017년에는 9.8년이었는데, 2022년에는 무려 14.7년까지 치솟았다가 2024~2025년에 11.9년으로 잠시 숨을 고르더니 2026년 다시 12.4년으로 올랐습니다. 제가 집을 샀던 시절과 비교하면 숫자 자체가 다른 세계입니다.

    더 현실적인 지표는 처분가능소득 기준 PIR입니다. 처분가능소득이란 총소득에서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료를 제외하고 실제로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을 말합니다.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2026년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6.0년입니다. 2022년에는 18.6년까지 올라갔었으니, 그 시절 사회초년생들이 느꼈을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5억 2,316만 원에서 8억 8,900만 원으로 약 70%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도시근로자가구의 연환산 평균소득은 39.1%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집값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을 31% 포인트나 앞선 것입니다. 이 격차가 벌어지는 동안 내 집 마련의 꿈은 조용히 멀어졌습니다.

    • 2026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9억 7,100만 원
    • 도시근로자가구 연환산 평균소득 기준 PIR: 12.4년 (소득 전액 저축 가정)
    • 처분가능소득 기준 PIR: 16.0년 (세금·사회보험료 제외 후 실수령액 기준)
    • 2017~2025년 집값 상승률 69.9% vs 소득 증가율 39.1% — 격차 약 31%p
    요약: 소득 전액을 한 푼도 쓰지 않아도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사려면 12년, 실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16년이 걸리는 것이 2026년 현실이다.

     

       티끌 모아도 집이 안 되는 구조, 공급정책이 답이다

    저는 솔직히 이 수치를 접하고 분노보다 허탈함이 먼저 왔습니다. 제가 29살에 3,800만 원으로 집을 살 수 있었던 건, 제가 특별히 영리해서가 아니라 그 시절 시장 구조가 지금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20대 사회초년생이 제 당시와 똑같이 절제하고 저축해도, 출발선 자체가 수억 원 뒤에서 시작하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는 숫자가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혼식을 간소화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DINK)족이 늘고, 장례까지 조용히 치르는 문화가 퍼지고 있습니다. DINK란 Double Income, No Kids의 약자로,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를 두지 않는 가구 형태를 말합니다. 주거 부담이 출산과 소비를 동시에 억누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내수 경기를 막고, 인구 구조를 흔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더 걱정스러운 건 정책 방향입니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겠다며 1세대 1 주택자가 실제로 거주하는지를 통신사 위치정보, 티맵 데이터, 신용카드 사용 내역으로 추적하겠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접근은 시장을 바로잡는 게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수요 억제에만 집중하는 규제 위주 정책이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실수요자(실제 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 사다리를 차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공급이 부족한 곳에 수요를 누르는 것만으로는 가격이 잡히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 방향은 단순합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고, 기업이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사회간접자본(SOC), 즉 도로·철도·교통망 같은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젊은 세대가 직장을 구하기 쉽고, 아이 키우기 안전하고, 교육 환경이 갖춰진 곳이라면 굳이 서울에만 몰릴 이유가 없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결국 사람이 어디에 살고 싶은가의 문제이고, 그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수요 억제 위주의 규제 정책만으로는 집값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실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고 지역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울 아파트 PIR 12년이라는 게 정말 소득을 한 푼도 안 쓴다는 가정인가요?

    A. 맞습니다. 식비, 교통비, 통신비 같은 생활비는 물론 대출이자나 의료비까지 일절 지출하지 않는다는 극단적 가정 아래 나온 숫자입니다. 실제 가계 지출을 반영하면 체감 부담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Q. 처분가능소득 기준 PIR과 일반 PIR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일반 PIR은 세전 총소득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PIR은 여기서 세금,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을 뺀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2026년 서울 기준으로 전자는 12.4년, 후자는 16.0년으로 약 3.6년의 차이가 납니다. 실생활에 더 가까운 지표는 처분가능소득 기준입니다.

     

    Q. 사회초년생이 지금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삼는 게 현실적인가요?

    A. 부모 도움 없이 단독으로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목표로 삼는 건 현재 구조에서 매우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엔 서울이 아니라 수도권 외곽 소형 아파트에서 시작했고, 그것이 종잣돈이 되었습니다. 목표 지역과 규모를 조정하거나, 청약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이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Q. 집값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을 늘리면 되는 건가요?

    A. 공급 확대가 핵심 방향인 건 맞지만, 단순히 물량만 늘린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은 지역에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려면 교통망과 일자리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공급과 인프라가 함께 움직일 때 수요 분산 효과가 생깁니다.

     

       결 론

    제가 29살에 3,800만 원으로 집을 살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지금 이 데이터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월급을 16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아야 닿을 수 있는 숫자, 그 안에는 결혼도, 출산도, 소비도 포기한 세대의 선택이 담겨 있습니다.

    정리하면, 수요를 틀어막는 규제보다는 공급을 늘리고 지역 간 격차를 좁히는 방향이 옳습니다. 그리고 현재 내 집 마련을 고민 중이라면, 목표 가격과 지역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청약이나 소형 평형부터 시작하는 단계별 접근을 검토해 보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참고: 스포츠서울 (이상배 전문기자, sangbae0302@sportsseoul.com)